2014년 11월 4일 화요일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 - 이원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 - 이원

어제는 참을 수 없어. 들킨것은 빈곳을 골라 파고들던 발. 신발이 시킨일. 발자국은 정렬되고 싶었을 뿐.
어제는 참을 수 없어. 엉킨 몸으로다도 걸었는데 줄이 늘어났어. 엉킨 몸은 줄어들지 않았는데.
몸은 오늘의 소문. 너는 거기서 태어났다. 태어났으므로 입을 벌려라.
너는 노래하는 사람. 2분22초. 리듬이 멈추면 뒤로 사라지는 사람. 뒤에서 더 뒤로 걸어나가는 사람. 
당장 터져나오는 말이 있어요. 리듬은 어디에서 가져오나요. 메아리를 버려라.
흰 접시에는 소 혓바닥 요리. 다만 너는 오늘의 가수. 두 팔쯤은 자를 수도 있다
너는 가지를 자르는 사람.뻗고 있는 길을 보란듯이 잘라내는 사람. 좁은 숨통을 골라내 끊어내는 사람. 
내일을 잘라 오늘을 보는 사람.
다만 나는 오늘의 정원사. 한때 인간이 되고자 했던 것은
태양속에 설수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
태양아래 서게 되었을 때 내내 꼼짝할 수 없던 것은
불빛처럼 햇빛도 구부러지지 않았기 때문
오래 아팠다고
잘라버린 가지는 나의 두팔이었던 것.
끝내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끊어진 두팔을 뚫고 이제야 나오는 손. 징스러운 새순.
허공은 햇빛에게 그토록 오래 칼을 쥐여주고 있었던 것
어쩌자고 길부터 건너놓고 보니 가져가야 할 것들은 모두 맞은 편에 있다.
발목쯤은 자를 수도 있다
그토록 믿을 수 없는 것은 명백한 것. 우세한 것. 정렬된 것.
발이 그토록 오래 묻고 있었던 것
다시 태어난다면 가수나 정원사가 될 거야
설마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니 하겠지만
흙속에 파묻혔던 것들만이 안다. 새순이 올라오는 일.
고독을 품고 토마토가 다시 거리로 나오는 일.
퍼드덕거리는 새를 펴면 종이가 된다
새 속에는 아무것도 써있지 않다
덜쳐진 곳은 뼈의 흔적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나가는 사람. 방금 전을 지우는 사람.
두 팔이 없는 사람. 두 발이 없는 사람.
없는 두 다리로 줄 밖으로 걸어나가고 있는 사람

첫 페이지는 비워둔다 

언젠가 결핍이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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