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3일 월요일

141103



뭔가 거창한 것을 쓰려니까 블로그에 아무것도 안남기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덥잖은 내용이라도 쓰겠다.


1.

  작문수업이 끔찍하게 재미없었다. 요새 수업이 정말 재미없다. 이곳에 와서 배움의 즐거움을 별로 느껴본 적이 없다. 내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전공언어와 많이 안맞는다는 것을 느낀다. 나보다는 잘하지만 작문을 힘들어하는 것이 역력해보이는 친구와 꾸역꾸역 두 장을 완성했다. 평소에 이 친구를 은근 무시했는데, 이 친구가 거의 다썼다.

1.1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걸까.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걸까.

수업시간에 너무 붕- 떠 있을 때는 내가 살아있기는 한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매해 내가 뭔가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게을렀지만 항상 어떤 활동에 빠져있었고 그것으로부터 뭔가를 배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꽤 성장한게 아닌가? 하고 자부심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 순간은 항상 살아있었다.

1.2

지금은 내가 생각했던 '성장'이라는 서사에 어딘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안다.
'이런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고 그러면서 나아지는 거겠지'
라는 이유로 항상 합리화하고 있던 부분이 있었고.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2.

   태국인 친구 E와 친구의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E는 몸집이 작고 말투가 조곤조곤한 친구다. 정치,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고 젠더(여성학) 공부를 한다. 하지만 전공은 태국어 교육과인데 인문대 태국어과로 전과신청을 넣었다고 한다.(←특이하다.)
  E는 낯을 가리지만 모르는 것 물어보면 굉장히 상냥하게 가르쳐주고 같이 밥 먹자고 하면 좋아한다. 내가 태국어 표현력이 모자라고 E와 단둘이 만난 건 몇 번 안되지만 그동안 E와 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생각한다.음...여성주의적인 감수성이나 서브컬쳐에 조예가 있다는 점 등이(ㅋㅋㅋ..) 닮은 것 같다. 저번에 만났을 때, 자기는 무교고 태국이 불교를 국교로 정해놓은 것이 별로라고 했다. 그렇게 정해놓음으로써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소외되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트위터 얘기를 하다가 '후죠시'(세상에..)를 태국어로 뭐라고 부르는지도 가르쳐줬었는데, 아쉽게도 까먹었다. 이번에는 그냥 평범한 얘기를 했다.
교복이랑 먹는 얘기... 학교행사 그런 것들. E의 친구는 철학과라고 했다. 다음에 고양이 카페를 가자고 했다. 어떤 친구들과 얘기할 때는 계속 '아 무슨 얘기를 해야할까'라고 생각하는데 E랑 얘기할 때는 그런 걱정이 좀 덜 들고 편해서 좋다. 문화차이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고 '아 다음에 얘한테 물어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까먹었다. 다음에 인턴쉽이나 여성학 센터와 연결되어 있는 기관들에 대해 물어봐야겠다.

3.

러이끄라통 행사 때 입을 의상을 친구들과 미리 입어보러갔다.

피닝(외국인 학생 담당 교직원)은 분명 우리가 전통태국의상을 입을 거라고 했는데
행사담당직원은 잘못된 정보라며, 각자 자기나라 의상을 입어야한단다.
그래서 한복을 입어봤는데...한복도 정말 별로였다.
갖다놓을 거면 제대로된 걸 갖다놓지..
우리는 진지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엌ㅋㅋㅋㅋ구려ㅋㅋㅋㅋ' 이랬다.
짜증나긴 했지만...

화가난 부분은 직원이

국제학생들(이라고 했지만 아마도 아시아 한정인)은 각자 나라 의상을 입고 웨스턴 학생(처음엔 미국인 학생이라고 했다.)만 태국 전통의상을 입는 거라고 한 것 ←뭐 시발??????

 이런 구분짓기가 당연히 차별적이라고 느꼈고 어쩌면 전통의상이 모자란데 미국인 우선으로 맞춰서 우리가 입을게 없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음 사소한 부분이지만 화가 났다.

한국인이 서구계 유학생을 비서구계 유학생보다 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인지도 모르겠다.

여튼 우리는 안하겠다고 했다.

4.

  내일 네 시에 태국인 학생들이 한국문화관련행사 회의하는 것을 돕겠다고 했는데 그게 오늘 네 시였다. 태국인 친구가 시간을 잘못 알려줬다. 한국어 센터에 도착하니 어떤 강사가 초면에 반말하면서 '얘네는 어디로 보내고 쟤네는 어느 팀에 보내' 이런 식으로 우리를 지칭하였다. 버튼이 눌리는 바람에 '언제봤다고 반말이야 기분나쁘네'하고 궁시렁대고 말았다.

  생각보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별로 없었고 '플러이'라는 한국어를 엄청 잘하는 언니한테 설명을 들었다. 내가 아는 다른 '플러이'언니도 한국어를 엄청 잘하는데.

5.
 
 오랜만에 만난 ㅁ과 ㅇ오빠와 샐러드를 먹으면서 아까의 버튼 눌림을 곱씹어보다가,
어제 동기가 한국에서 데리고 온 14학번에게 내가 초면에 반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애들이 놀릴까봐 그랬다. (존대말 하는 것= 어색한 것 티내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버튼이란...얼마나 하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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