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8일 토요일

2014년 10월 17일 금요일

10월 첫째주




과제중

 
요리시간에 만든 미니버거 
운동하다가 찍은 하늘

친구한테 선물받은 카라멜 

크랜베리,올리브,해바라기씨,키위,버섯
올리브는 맛이 없었다. 


동생에게 쓰는 편지



ㅎ에게.

한국은 점점 추워지고 있을텐데 잘 지내고 있는지.

여기는 아직도 여름날씨다. 북반구에 가까운 도시라서 방콕보다는 덜 덥고,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선선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봄~초여름처럼 햇빛이 쨍쨍하다.

엄마가 동생이랑 대화 좀 하라고 늘상 부탁했는데 이제야 편지를 쓰네.

다 누나가 게을러서 그렇다.

카톡은 왠지 즉각즉각 반응을 해야할 것 같은 강박감을 느끼게 해서, 별로네.

너도 그런 것 같고. 너나 나나 할 말을 빨리 생각해내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래도 답장이 늦어서 미안하다.

학교생활은 견딜만한지 친구들랑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엄마 아빠는 좀 덜 싸우는지. (엄마는 잘 지내고 있다고 했지만)

얼마전에 공부는 어떻노? 라는 카톡을 한 줄 보냈는데

보내고나서 후회했다. 오랜만에 하는 인사가  '공부는 잘 하고 있냐'라니...

정말 꼰대같고 별로다.

너는 '괜찮아'라고 한 줄 보냈는데 음 좀 왠지모르게 짠하더라.

그 괜찮다는 말이 공부에 대한 답이 아니라 '나는 괜찮아'라는 답으로 들렸다.

너가 괜찮다고 한 말이 오히려 정말 괜찮은걸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더라.

내가 너가 괜찮은지 안괜찮은지 관심을 제대로 가진 적이 있었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누나는 정서적으로 누구한테 의지하기 보다는 혼자서 해내야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대학오고 사람들 만나고 어찌어찌 살아왔는데

그래서 나 밖에 있는 사람들은 잘 안보였던 것 같아.

가족-부모님은 나한테 있어서 언제든 돌아가면 안식을 주고, 비빌언덕이고 그런데

너한테도 내가 그런 존재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못했어.

타지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힘들고 스트레스 받아서

'나는 집에 돌아오면 당연히 대접받아야 한다' 는 생각을 갖고 살았어.

그런게 크면서 좀 변하고 너도 챙겨줘야되는데 이건 누나의 미성숙한 부분이지.

외국에서 지내면서 너가 재작년에 어떤 감정들을 느꼈을지 짐작해보니

너는 참 대단한 것 같다.

너는 어렸을 때 열 달동안 낯선 생활을 견디고, 작년에 겪었던 고난을 잘 싸워냈으니까

대단한 사람이 될거다. 그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 아닐지라도.

작년에 너가 제일 힘든 순간에도 나는 멀리 있어서. 멀리 있는데다 자주 대화도 안해서

그게 오랫동안 마음에 걸리는 것 같아.

공부에 대해서는 잔소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하라고 하는게 최선인것 같다.

그런데 그 '할 수 있는 만큼'의 기준을 너무 게으르게 잡지 않았으면 해.

그러면 후회가 남아.

너 만큼은 아니지만 누나도 자립할 때가 가까워지는 만큼 불안하다.

지금 잘 안될까봐 , 혹은 나중에 결국 안될까봐 불안하다.

하지만 일단 무언가해야 불안감에서 나아가는 것 같아.

다음에 더 자세히 얘기해줄게.

감기 조심하고 엄마 아빠한테 안부전해줘.

사랑해:)